손에 칼이 베였을 때
* 노약자는 이 글을 보지 마세요!!
약간의 혐오감이 들 수 있습니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폼보드를 자르고 있었다.
삼각자를 대고
폼보드를 겨냥하여
칼을 그었다.
긋기를 수어번
그 칼날은
삼각자를 타고
나의 오른손 엄지의 오른쪽 부분을
침범하였다.
반사적으로
나는 칼날을 반댓방향으로
꺼내었지만,
3초가 지났을 무렵이였나,
피가 나기 시작하였다.
초당 2~3방울 가량
나의 몸에서
중요한 영양소가
한데 모여있는 피가
나의 실수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팠다.
하지만,
나의 오른손 엄지
아니
나의 오른손은
나의 손이
아니였다.
심장박동이
느껴지고,
무언가가
손에 흘렀고,
손바닥엔
무언가가 모였다.
두근두근
거리는
나의 심장소리에
아니 심장이 뛰는 느낌이
촉감으로 느껴졌다.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존재함을
고통을 통해 알게되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마감이 닥쳐서 한 것에 후회했고
조금만 더 신중했었길 후회했고
장갑이라도 낄 것을 후회했고
죽음에 다다르는 것에 무서웠다.
지금의 고통은
죽음의 고통과는
당연히
천지차이 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고통이
모이고
모여서
죽음이
된다.
그렇게 피가 나자.
응급처치를 했다.
세면대에서 손가락에
물을 흘려보냈고
나의 영양분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응축되었을 나의 영양분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누군가에게
삶의 가능성이
될지도 모르는 피가
이렇게 무방비하고도
허무하게 버려진다는 것
정말 아까웠다.
세면대에 씻고
깨끗한 물티슈로
감싸고
나는 학교 보건소로 향했다.
보건소에서
지혈을 하고
지혈을 하고
지혈을 해도
지혈이 되지 않았다.
(내 왼손으로 지혈하다가 왼손이 더 아팠다.)
그리고
붕대를 감고
테이프로 압력을 가해
지금 나의 손가락을
눌러주고 있다.
아직도
나는
손에 집중하면
심장이 뛰는 것을
촉감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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