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모부 차를 타고 김장 일을 도와드리러
할머니 댁에 간 적이 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이모부와 나는 야생동물 한 마리를 보았다. 놀란 나는 한참 있다가 관련 기관 전화번호를 핸드폰으로 찾아서 검색했고 전화를 했다. 이 시간이 저녁 늦은 시간 이였던 것 같다. 그 때에도 전화를 받았고
나는 신고를 했다.
“~위치에 야생동물이 ‘로드 킬’을 당한 것 같아요"
라고 말했더니 전화를 받아주신 분께서 지금 타 지역 이여서 가는데 몇 시간 걸린다고 했다. 나는 망설였다. 김장 일을 도와드리러 할머니 댁에 가는데 분명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정확한 위치를 전송하고자 이모부께 부탁 드려서 차를 돌렸고 정확한 위치를 GPS를 찍어서 사진을 보내고 야생동물이 숨이 붙어있어서 손을 댈 수 없었지만, 또 다시 차에 치일까 염려되어서 옆에서 나무 막대기로 쳐서 간접적인 위협을 주어 이동시키게 했다. 하지만, 그 동물은 우리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지 아니면 이미 기력을 다하여 삶을 포기한 것인지 모르지만 입에서 침을 흘리고 있을 정도로 지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최대한 옮기고 그 앞에 구할 수 있는 나무 가지들로 구조물을 만들고 다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알려주고 구하게 되면 문자 한 통만 남겨달라고 부탁 드렸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 대한 대가는 무응답 이였다.
물론, 타 지역 차로도 몇 시간(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다가 한 두 번도 아닌 사건들.. 협회에선 분명 힘들 것 같다고 말을 해주었다.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나라도 그런 상황 이였으면 못 갔을 정도의 상황 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물론 답조차 주지 않음에 실망한 구석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보면 협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협회의 관계자 분께서는 정말 구하고 싶어 보였다. 관할 구역 또한 넓은데 한 팀만이 움직이는 것은 정말이지 벅찰 것이다. 그것도 도시도 아니고 산간지역에서 말이다.
요점은 이거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인데 왜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예산 낭비다 싶을 만큼 쏟아 붓는 곳이 있다. 오히려 예산이 남아서 처리하는데 급급한 곳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야생동물을 구하는 데는 자연을 보호하고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하면서 정말 구해야 할 동물인 야생동물은 왜 구하지 않는 것일까? 도로에서도 “야생동물을 위한 길이예요” 라는 야생동물을 위한 길이 있다. 그것이 필요한가? 그 길을 다닐 야생동물이 있는 걸까? 우리들은 주변에 있는 동물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닐까? 멸종위기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아있는 동물들도 중요한 거 아닌가? 야생동물들이 살 수 없게 만든 건 우리이고 우리의 책임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터전을 잃어버린 동물들에겐 보호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분명 착한 일(선행)이라는 것을 한 번 하려다가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행동 하나로 협회의 열악한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 분야의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넓게는 동물과 사람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는 차마 짚고 넘어가지 않을 문제.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 하나로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는 필요하다”
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아직도 커가는 중이고 마을(세상)은 아직도 나를 키워주고 있다.
Ps. 그 당시 연락을 받아주신 협회 관계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시는 관계자 분 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로 동물과 사람이 하나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To. 그 당시 같이 있어주지 못한 야생동물에게..
그 당시 너는 엄청 힘들어 했었어.. 혼자였다면 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거기에 남아서 너를 보살펴주고 구조해 줄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을 거야. 하지만,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봐야 했어. 그 때 이모부도 너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기 위해 핸들을 돌려주셨어. 만약 그 핸들이 돌아가지 못했다면 그 행동마저 취하지 못 했을 거야. 널 구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어. 그렇지만, 구해주지 못한 건 세상의 체계야. 야생동물을 구조해주는 팀은 그 넓은 구역을 전부 관할 하는데도 겨우 한 팀밖에 있질 못했어. 물론, 이걸 핑계로 내 잘못을 덮으려는 건 아니야. 이제 성인이 된 나는 이런 모순들을 발견하고 있어. 그리고 이런 모순들을 바로 잡을 거야. 사람도 동물이고 너도 동물이잖아. 동물이라서 사람보다 못하다는 견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 너와 같은 동물들과 나 같은 사람이 공존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서로 배려해주는 세상을 만들도록 힘쓸게. 정말 미안해.. 널 구해주지 못한 우리를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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